"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자가격리" (카뮈 '페스트') | 운영자 | 2020-06-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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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X년 페스트와 2020년 코로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자가격리"
2020년 자가격리를 하면서 지난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다. 세계 2차 대전 후인 194X년 프랑스령 항구도시 오랑에서 페스트가 발생한다. 시장은 전격적 도시 폐쇄 명령을 내렸고, 20만 오랑 시민들은 급작스럽게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시민들은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페스트가 우리 시민들에게 첫 번째로 가져다준 것을 유배 생황이었다." "유배 생활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집에서 겪는 연금 상황과도 같았다." "실제로 도시로 통하는 성문들이 폐쇄되자 벌어진 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도 못 하고 당한 셈이었다. 어머니들과 자식들, 부부들, 연인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잠시의 이별이겠지 생각했던 사람들, 두서너 마디 당부의 말을 나누며 시의 기차역 플랫폼에서 이별의 포옹을 나누던 사람들, 인간의 어리석은 믿음으로 그저 며칠 혹은 몇 주 지나면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며 일상의 소소한 걱정거리들과의 이별에서 아직 채 여유를 부리지도 못했던 그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고 서로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어디 호소할 곳도 없는 느닷없는 생이별에 처하게 된 것이었다." <페스트, 열린책들 제2부 >
출장, 외유, 방문 등으로 도시를 떠났던 사람들이 더 이상 도시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시작됐다. 도시폐쇄 명령에 더해 서신교환 금지 행정명령도 내려진다. 편지들이 병균의 매개 수단이 되는 것을 방지하 위해서 였다. 시외통화는 과도한 접속으로 중단되었고 도시 밖 사람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대문자로 적힌 열 단어의 전보 뿐이었다. <난 잘 있소,몸 조심하오, 사랑을 담아> 와 같은 상투적인 문구들만 오고 갈 수 있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사람들은 화상통화로 의사소통하지만 194X년 페스트는 겨우 10단어로만 서로 의사소통해야 했다. 2020년 자가격리는 가족들과 떨어짐을 그리워하게 했지만 194X년 자가격리는 가족들과 함께함을 그리워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랑 시청은 도시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단 오랑안으로 들어오면 다시 나갈 수는 없었다. 페스트는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에게만 도시안으로 들어 오는것을 허용했다. 오랑 도시 사람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들의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그 어떤 신중함 보다 우선시하여 그들에게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가 된 사람들은 재빨리 자신들의 가족이 처하게 될 위험을 깨닫고 체념한 채 이별 고통을 받아들였다." <페스트, 제2부 >
2020년 코로나19의 자가격리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게 했지만 194X년 페스트의 자가격리는 가족의 그리움 때문에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싶게 했다.
오랑시민들은 가족과의 생이별을 선택했다. 카뮈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죽음의 공포를 뚫고 도시 속으로 들어가는 평범한 늙은 의사 카르텔을 부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그들은 모범적인 행복의 선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그런 부부들 가운데 하나도 아니었고, 자신의 결혼에 만족한다는 확신조차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패스트 제2부>
194X년 페스트는 평범한 삶을 산 이 노부부가 사실은 죽음보다 강한 사랑을 하고 있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이 노부부 조차 죽음보다 강한 사랑을 하고 있음을 몰랐다. 카르텔 부부는 이별의 진실을 받아 드리며 남은 생애를 사느니 차라리 죽어도 좋은 사랑을 선택한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자가격리를 선택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지겹고 답답한, 벗어나고 싶은 자가격리 중에 있다면, 194X년 페스트가 창궐했던 오랑도시로 카뮈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빌립보서 5:25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주신을 주심같이 하라
빌립보서2:5-8 2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3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4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5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새번역)
참고사항.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문학작품이라는 평가는 받고 있다. 인간의 실존, 영문도 모르게 일상에 찾아온 죽음의 생생한 현실과 이를 물리치려는 생명의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0년 자가격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기도 했고 1년 가까이 지속되던 페스트를 종식 시킨 것은 급작스러운 신의 은총임을 알게하는 책이다.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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